최근 온라인 브랜드들이 주요 상권에 팝업스토어를 열거나 쇼룸 형태의 공간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한때는 임시 판매 공간 정도로 여겨졌던 팝업스토어가 이제는 브랜드 전략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단순히 판매 채널을 하나 더 늘리기 위한 시도라기보다,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설계하는 움직임에 가깝습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팬층과 주목도를 확보한 브랜드일수록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브랜드를 인지하고, 경험하고, 기억하는 일련의 과정 전반을 브랜드가 보다 직접적으로 주도하고자 할 때, 오프라인은 여전히 유효한 접점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는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의 방향성과 과제를 반영하는 전략적 접점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브랜드들이 팝업스토어를 여는 목적은 크고 작게 다르지만, 흐름을 구분해보면 아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이슈 메이킹을 위한 단기 집중 전략
가장 직관적인 방식은 이슈 만들기입니다. 한정판 굿즈 출시, 협업 콘텐츠 공개, 매장 앞 줄 세우기 같은 요소를 통해 짧은 시간 안에 강력한 화제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방식은 SNS로 빠르게 확산되고, 매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브랜드의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브랜드 초기, 혹은 리뉴얼 시점에 많이 활용됩니다.
2) 브랜드 경험을 고도화시키는 공간 전략
단발성 주목보다 브랜드 정체성을 더 깊게 전달하고 싶은 경우, 경험 중심의 공간 설계가 선택됩니다. 제품보다는 브랜드 세계관 자체를 보여줄 수 있는 구조로, 스토리텔링이 있는 동선 구성, 오감 자극 연출, 상징적인 건물이나 핵심 상권 입지를 활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팬층이 형성된 브랜드일수록 이러한 팝업을 통해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3) 온라인 판매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보조 채널 전략
비대면 중심의 온라인 판매에서는 제품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거나 상담이 필요한 제품군에서는 고객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럴 경우, 팝업스토어는 체험과 상담이 가능한 창구가 되어주며, 픽업, 배송 등 물류 기능과 연계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영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팝업은 단기 성과보다는 구매 전환율 개선과 리스크 최소화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목적에 따라서 전략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는 브랜드가 고객과의 접점을 직접 설계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만납니다. 특히, 일정 수준 이상의 소비자를 보유한 브랜드일수록 그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관계를 장기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프라인 접점을 더 정교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팝업스토어는 브랜드가 가장 공들여 설계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제품의 진영 방식, 조명, 사운드, 직원 응대까지 모든 요소를 브랜드의 의도대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에게 전달되는 경험의 밀도가 가장 높은 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은 그 공간을 나선 이후에도 여전히 같은 톤의 경험을 기대합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생깁니다. 브랜드가 공들인 오프라인 경험과 그 이후 고객이 마주하는 접점 사이에서 경험의 결이 달라지기 시작하면, 그 차이는 금세 이질감으로 변하게 됩니다. 브랜드가 모든 순간을 직접 설계할 수는 없습니다. 운영을 외부에 위탁하거나, 파트너사를 통해 처리하는 영역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은 그런 구분을 하지 않습니다. 고객이 경험하는 모든 접점은 곧 브랜드 자체로 인식됩니다.
브랜드가 통제할 수 없는 순간도 브랜드는 평가받고 있습니다. 결국 이건 브랜드가 어디까지를 경험의 범위로 보고 설계하느냐의 시야 문제입니다. 브랜드 경험의 밀도를 유지하고 싶다면 직접 만든 공간뿐 아니라 그 이후에 펼치질 모든 순간까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성장하는 브랜드일수록 다양한 파트너와 협업하고, 외부에 운영을 위탁하는 구조로 확장합니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내부든 외부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경험하는 모든 과정은 그대로 브랜드의 인상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바로 그 외부에서 발생하는 일들입니다. 고객 문의의 대부분이 물류나 배송 과정에서 생긴 일이고, 포장 상태나 누락, 처리 속도에 대한 불만이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하지만 정확한 이력 확인이 어렵다보니 CS 응대가 지연되거나 불확실해지는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결국, 브랜드가 직접 하지 않더라도, 소비자의 그 순간을 책임져야 하는 건 브랜드이기 때문에 보이는 운영관리로 문제를 줄여나가야 합니다.
고객 응대에 필요한 정보가 즉시 확인될 수 있는 구조부터 외주 운영 품질을 꾸준히 점검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 민감한 고객 경험에 대응할 수 있는 객관적 영상 데이터까지 준비될 때 외부 협업 체계로도 브랜드 경험의 완성도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팝업스토어는 고객의 시선을 끌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하지만 브랜드 입장에서 더 중요한 건, 팝업 이후에 이어지는 고객과의 관계입니다.
실제 구매는 대개 팝업 공간 밖에서 만들어지며, 재구매 여부를 결정짓는 경험도 그 이후의 흐름에 달려 있습니다. 초기 접점에서는 높은 몰입감을 제공했더라도 실제 제품을 받고, 문의하고, 사용하면서 브랜드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일관성이 무너지면 신뢰 형성은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팝업 기획 단계부터 그 이후의 고객 여정까지 함께 설계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고객 응대 구조, 파트너사 관리 체계, 품질 유지 기준 등 브랜드 외부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브랜드 내부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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